Friday, March 13, 2015

미국에 처음 왔을 때를 회상하며


미국에 처음 와서 많이 힘들었었어요.
신혼집이 남편 학교와는 많이 떨어진 숲속(?)에 있었는데, 종일 다람쥐 한 마리만 왔다 갔다 했죠. 세달 동안 그 다람쥐만 보고 지냈어요. 미국에 오자마자 남편이 사 준 제 첫 아이폰은 전화 걸 곳이 없어 무용지물이었어요. 낮에 소음하나 없는 정적이 가득한 집에서 한 두 잔씩 맥주를 홀짝이곤 했답니다.

오늘은 제가 산호세에서 친정이라 생각하는 모임의 언니들과 조촐한 모임을 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가 떠오르네요. 한국에서 차를 몰고 전국 방방 곡곡을 누비며 혼자 출장도 다니던 제가 미국에 와서 세달을 집에서 칩거하게 되었어요. 집을 남편 학교와 먼 곳에 잡았고, 대중 교통은 좋지 않았으며, 차는 남편의 수동차 한 대였지요. 삼개월의 귀양살이 끝에 저는 수동 차를 모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도로주행(?) 연습을 했는데 곳곳에 있는 언덕에서 차를 멈출 때면 정말 심장이 쪼그라들어 제 등뼈에 달라붙는 느낌이었어요. 부들부들.... 떨면서 그렇게 연습을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자동차가 "발"이라는 말이 뭔지 살아보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운전을 해야 제가 살 것 같아서 수동운전을 배웠네요.

호주에서는 워낙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어서 자동차 없이도 잘 살았고, 대중교통도 안전했습니다. 또 집도 대중교통이 편한지를 고려하고 골랐었죠. 근데 미국에서의 첫 아파트는 남편이 혼자 골랐어요 OTL 본인도 학교외의 지역을 잘 몰랐던거죠... 흑...

다른나라에서도 살아봤는데, 미국도 비슷할 거란 생각을 하고 온 것은 큰 착각이었습니다. 뭐 이렇게 제약이 많고, 모든 것들이 듬성듬성 떨어져 있는지... 사람사이의 간격도 그런 것 같았어요. 말 걸어주는 사람도 없고, 제가 말 걸 사람도 없었습니다.

수동 운전을 마스터 하고, 미국에서 운전면허를 따서 첫 드라이브를 했을 때의 그 기분...
아직도 너무 온전하게 떠오르네요. 흐린 날에 Ponce de Leon을 드라이브 하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잃어버렸던 날개를 다시 단 느낌....

왜 처음에 주어졌을 때는 그 감사함을 미처 모르다가 그것을 잃어버렸다가 내게 다시 주어졌을 때, 그 때는 이 것이, 이 당연했던 것이 얼마나 내게 소중한지, 절실한지를 깨닫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또다시 제 지난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남편과 떨어져 지낼 때 그 반쪽의 내 모습, 부족함을 채우려고 더 굿세게... 꿋꿋히... 건드리면 부러질 것 같았던 내 모습. 그리고 남편과 함께 지내면서 다시 포근해진 내 마음. 내 삶의 목표가 어떤 분야의 성공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소소한 일에 감사함을 느끼는 풍요로운 삶, 감사하는 삶이 가장 지향하고자 하는 삶이 되었습니다.

느리게 살기 시작하면서 나 자신을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너무 모든 일에 잘하려고 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일과 그에 반하는 일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며 천천히 걸어 가려고 합니다.

우리 삶, 참 이동이 많네요. 젊어서 그런거겠죠?^^
새로운 곳에 정착을 할 때마다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 힘내요! 그리고 주변에 새로 온 분들이 있으면 따뜻한 눈길 한 번 더 주고, 안부 한 번 더 물어봐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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