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9, 2015

우리 것을 알리기: 얼음동동 매실주와 부루스타 라면


뒷마당에 활짝핀 벚꽃, 살구꽃이 봄이 찾아왔음을 알립니다.
이 곳의 날씨만큼 훈훈한 주말을 보냈어요.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토요일 오후, 동네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놀고 있었어요. 아빠들은 손에 맥주 한명씩 들고 모이기 시작했구요. 엄마들도 mommy jean으로 갈아입고 아이들 물병을 들고 한데 모였어요. 아이들은 숨바꼭질도 하고, 테니스 공을 '알'삼아 품는 놀이도 하고... 아빠들은 테이블에서 플라스틱컵을 놓고 탁구공을 던져 컵에 넣는 beer pong이란 게임을 시작했어요. 한집씩, 한집씩 더 모여, 총 다섯 가정이 함께 했어요.
한 쪽에서는 아빠들이 열을 올리며 게임을 하고, 한쪽에서는 엄마들이 칵테일을 만들었어요. 리치마티니에 민트잎까지 올리니, 캐리비안 해안에서 휴가를 보내는 느낌마저 들었답니다. 이웃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주말을 보내는 것도 미국 생활 중 하나의 큰 낙이 되었어요. 아이들 덕분에 이런 경험도 하네요...

그리고는 제가 틈을타 매실주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친정엄마가 오셨을 때, 뒷마당에서 딴 매실로 담궈주셨는데요... 남편과 연말에 신나게 마시고, 아껴 두었던 것을 나눴습니다. 우리 것을 알려야죠? 해서 피쳐에 크게 얼음동동 띄운 홈메이드 매실주와 소주잔을 가지고 나갔어요. 그래서 얼음동동 띄운 매실주를 이웃들과 나눴는데, 다들 너무너무 맛있어했지요.

날은 어두워지고, 아이들은 어둠속에서 노는데 한계를 느끼는 듯 해보였어요.
어른들은 술기운이 적당히 올라 Party must go on!을 외치는 듯 대화를 하고 있었고요....
이 틈을 타서 아이들에게 재밋거리를 주자 싶어 집에 가서 상을 내오고, 부루스타와 캠핑용 랜턴을 꺼내왔어요. Driveway한켠에 자리를 펴고 앉아 계란, 파, 팽이버섯을 넣은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신이나서 하나같이 제 엘프가 되어주겠다며 상에 둘러 앉았어요. 한명한테는 렌턴 잡고 불을 비춰달라 하고, 한명에게는 계란을 넣어 달라하고, 과제를 하나씩 줘서 아이들과 함께 맛있는 라면을 한 솥 끓였답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배고픈 어른들도 모두 상 주위로 모였어요.
그래서 저는 컵에 라면을 뜨고 젓가락을 꽂아 배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밤 9시 넘어 먹은 라면이 이 날의 하이라이트였나봐요. 후에도 고맙다는 문자와,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던 누들이라는 찬사를 주말 내내 받았네요. 이번 기회에 한국 매실주와 라면을 소개하게 된 셈이죠.

이번 일을 겪으면서, 고등학교 시절 에피소드가 두가지 떠올랐어요.

다니던 고등학교에 제가 첫 한국인이었어요. 영국계 이민1세대부터 대를 이어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같은 학교에 보내는 그런 역사있는 여학교였는데요... 아시아인은 주로 홍콩을 비롯한 동남아가 대부분이었어요. 당시 백인 친구들을 비롯한 학교 선생님들은 아시아계 학생들에 스테레오 타입이 있었던 것 같아요.

공부를 잘한다. 수학, 과학을 잘한다. 악기를 잘한다. 반면 스포츠는 관심없다. 

어느정도는 맞는 사실이지만 사실 모든 아시안들이 이렇지는 않잖아요? 그리고 이런 스테레오타입이 생기게 된데는 배경이 있고요. 해서, 제가 고등학교 때 학교 선생님들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했어요. 한국서 중학생시절, 방송반이었는데 당시 친구의 도움을 받아 '한국 고등학생의 일과'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이를 통해 한국 고등학생의 일과를 소개했어요. 몇 과목을 하는지, 그 중의 얼마가 선택 과목인지, 수면시간이 어느정도인지, 교실에서 한 선생님이 몇 명의 학생들과 수업을 하는지, 방과 후 자율학습, 그리고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깜깜한 밤이 되고, 그리고 학원과 독서실로 향하는 한국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선생님들이 아시안 학생들과 그리고 그 부모들의 교육열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백문이불여일견 맞습니다. 그 후,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아시안친구들에 대한 호기심과 이해도가 동시에 높아졌어요. 아시안계 학생들의 수학, 과학 능력도 엄청난 경쟁과, 노력에 대한 댓가임을 알게 되었다 하셨어요.

기숙사학생이 총 100명이었습니다. 그 중에 30명-40명은 아시아인이었고요. 기숙사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 늘 양식을 줬어요. 아침은 씨리얼과 빵, 점심은 샌드위치 혹은 셀러드, 때로는 Hot lunch라 하며 감자튀김과 햄버거가 나왔죠. 저녁에도 맛있지만 느끼한 양식이 나왔어요. 제가 학생회대표가 되면서 이런 점을 스태프들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기숙사의 30~40%가 아시안 학생인데, 이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다이어트의 변화로 상당수 많은 체중증가과 다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해서 일주일에 목요일 하루는 Asian dinner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밥과 고기야채볶음, 그리고 간단한 수프. 그리고, 젓가락도 등장했답니다.

제가 이런 경험을 나누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차이점을 몰라요.
문화의 차이점, 식생활의 차이점
어쩌면 무지로 부터 오는 것일 수도 있고, 호기심이 부족해서거나 배려가 부족해서일 수도 있겠죠. 근데 이왕 우리가 외국에서 사는 이상, 많이 우리에 대해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서에요.

우리 멋진 세계속의 한국인이잖아요.^^

#우리것알리기, #세계속한국인

2 comments:

  1. 오~ 지인씨는 미국에서 사는것처럼 사네요~ 부러워요~ 글 재미있게 읽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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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부러워하지 말고 놀러와서 같이 해요!^^ 말만이 아니니 함 놀러오세요. 이메일로 연락처 알려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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