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21, 2015

부모가 되는 과정 - 엄마로부터의 독립


지난 주에는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라는 책을 읽었어요.
정신과의사인 엄마가 서른살 딸이 시집갈 때 즈음 해서 여러 조언을 해주는 내용을 담은 책인데, 읽으면서 참 마음에 와 닿았답니다. 저는 엄마로부터 독립을 시집을 가고 나서도 몇 년을 못했던 것 같아요. 아마 아이들 데리고 한국을 다녀온 이후에 엄마로부터 독립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저 일 할 때의 내 모습을 그리워하며, 부모님께 아이들을 맡기고 일을 하면 될 것 같았어요.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을 하고 시작을 했어요. 엄마가 두팔 걷어 부치고 도와주신다고 하셨었거든요... 늘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응원해 주시는 마음이 고맙지만, 아이들 맡기고 일을 하면서 우리 부모님이 이렇게 연세가 드셨구나를 처음으로 느꼈어요. 많이 힘들어 하셨어요. 전 주변의 친구들에 비해 부모님이 무척 젊으신 편이에요. 대학을 갓 졸업하고 결혼하셨고, 게다가 제가 첫째라 제 운동회에서도 우리 엄마와 아빠는 (부모님 경주에서) 늘 일등을 도맡아 하셨죠. 그런데 이번에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맡기는데 기브스를 하고 계신 엄마는 당신 몸 가누기도 힘드신데 아이를 업고, 두살짜리 아이 손을 잡고 그렇게 다니셨죠. 일하는 도우미를 쓰자고 해도 막무가내였어요. 연세가 드시면서 고집도 세어지는 듯 해요.^^ 여하튼 제 결론은 부모님에게 기댈 일이 아니구나 였어요. 물론 도움 주심에 감사했고, 또 성심성의 껏 아이들 돌봐주신 것은 알아요. 하지만, 제 아이는 제가 책임지고 돌봐야하는구나. 이게 부모가 되는거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복직을 한 회사에서, 승진을 한 바로 다음 날, 회사에 사표를 제출 했습니다.

승진을 한 날이 딸의 돌이었어요.
신제품 출시로 몇 주 야근을 도맡아 하다보니, 아이의 돌임에도 불구하고 뭐 하나 준비를 못했답니다. 회사에 돌 떡을 돌리니 여자선배 한 분이 그럽니다. "오늘이 아이 돌이야? 그런데 여기서 뭐하고 있어?" 하마터면 눈물 나올 뻔 했어요. 그냥 그 날은 정시에 퇴근하는 걸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퇴근 길에 빠리크라상에서 케익 하나를 손에 들고 터벅터벅 집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승진을 했는데, 하나 기쁘지가 않더군요. 집에 돌아가니 볼빨간 우리 딸이 엄마를 반깁니다. 옷을 갈아 입히고 케익에 촛불 하나 켜고 돌잡이만 그렇게 하고 끝냈습니다. 남편 없이 둘째 돌을 맞으니 기분 참 별로더군요. 둘째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있을 때는 슈퍼에 파는 조각 케익 하나에 촛불을 꼽고도 행복한 마음이었거든요...

이 때 전 안개속을 걷는 기분이었어요. 둘째가 태어나고 돌까지 그랬던 것 같네요. 저라는 사람은 늘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스타일인데, 이 때는 뭐가 그렇게 불투명하고 한 치 앞도 모르겠던지.... 그냥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만 따졌습니다. 그래서 용감하게 사표를 제출했죠. 너무 좋은 회사고, 너무 감사한 직장이지만... 이건 아닌 것 같았어요... 서른살 넘은 제가, 아이가 둘인 제가 부모님에게서도 드디어 독립을 할 때가 온거라 생각을 한건 제 둘째가 돌이 된 그 날이었습니다.

토요일이었던 오늘,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있는 Stinson beach를 다녀왔어요. 아름다운 Coastline을 가지고 있는 스틴슨 비치에 도착할 무렵 해변에는 구름 한 점 없고 저 멀리 북쪽에 해무가 보이더군요. "아! 저기 바다구름이 보인다." 그렇게 해변에 앉아 햇볕을 즐기며 놀고 있던 중, 순식간에 저희는 안개에 갖히게 되었답니다.

'아... 바로 이거구나...'

안개가 껴서 저 멀리 지평선이나 해안가가 보이지는 않지만 내 근방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어요. 멀리 있는 화려한 배경들을 차단하게 되니 내 주변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제가 안개속을 걷고 있는 기분이었던 그 때, 전 저 멀리 제 목표지점이 보이지 않아 답답해 했습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이 때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제 주변에 집중할 수 있었던 아주 귀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안개 속에서 포근했던 오늘 오후를 떠올리며 이 글을 마무리 합니다.


#안개속포근함, #딸에게보내는심리학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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