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19, 2015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언어에 대한 생각과 고민
호주에 유학을 가서 첫 일년동안은 한국 음악도 듣지 않고 매일 영어로 일기를 쓰고 부모님께도 영어로 편지, 팩스를 보내곤 했습니다. 방학 때 한국을 가서도 아버지께서는 영어로 이야기 하라고 하셨었죠.
요즘 제가 언어에 대해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미국에서 어떻게 살아가게 될 지, 제가 부모로서 어떤 방향을 제시해야할 지,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어란 어떤 것일 지.... 막막한 마음에 제 어릴 적을 떠올려 봅니다.
호주에서 다녔던 학교는 제가 첫 한국인이었어요. 유학이라는게 한국에서는 한창 시작되는 시기였고, 호주에서도 멜번이란 곳은 직항도 없고 해서 호주의 시드니나 브리즈번에 비해서 유학생이 훨씬 적었습니다. 물론 제가 10학년이 되었을 즈음에는 한국 유학생들이 몇 명 더 오긴 했었지만요, 제가 초창기멤버였어요. 대신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이 되기를 얼마 앞둔 시기었기에 홍콩 친구들이 많았고, 또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의 친구들은 몇 몇 있었네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아무튼, 첫 해는 최대한 영어를 빨리 늘게 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영어에 묻혀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 때는 꿈도 영어로 꿨었어요. 지나고 보니 영어가 그 때 가장 많이 늘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부모님과 영어로 소통을 해야했을 때 느꼈던 거리감이 얼마나 컸는지 모릅니다. 언어는 정서의 소통이고, 이 소통으로 인해서 상대방과 나의 거리를 느끼잖아요. 물론 같은 언어를 이야기한다 해도 꼭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가족끼리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유학 생활을 하면서 내가 한국인이고 뿌리를 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 경험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한국인들의 인맥을 다질 수 있는 학교를 고려해서 지원했었어요. 90년대 후반에는 홍콩영화, 일본영화가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소위 '쿨'하다는 문화였는데, 요즘 홍콩, 일본의 제 고등학교 동창들은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있고, 한국어 과외도 받고, 한국 패션을 따라하기에 여념이 없더군요. 한류, 저 고등학교 대학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었답니다.
아이들을 한글학교를 보낼까 생각을 해보니....
월,화,수,목,금,토,일에서 월-금은 학교를 가고, 토요일은 한글학교를 가고 일요일은 성당에서 보내고... 이렇게 빡빡한 일과에 맞춰서 아이를 어린 시절부터 보내게 하는 것이 과연 이 환경에서 제가 아이들에게 제시하는 최선인지 잘 모르겠어요. 이제 킨더들어가는 아이인데 말이죠.
집에서 TV를 보여줄 때 한국프로그램을 좀 섞어 보여주고, 한글 책을 좀 더 열심히 읽어주고 (영어책 1권 읽어줄 때 한글책 1권 이런 식으로...), 한글을 조금씩 집에서 가르쳐보고... 우선 집에서 1년만 이렇게 더 하고 1학년이 되는 내년부터 한글학교 보내볼까 해요.
아이들이 한글을 부담스러워해서 부모와 대화를 피하는 관계가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관계입니다. 아이들이 큰 후에도 저희 가족이 한국어로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기를 꿈꿔봐요.
#이중언어속의아이들, #한국어로편안한대화를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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